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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리게 되어서 이 묘에서 만나 이야기나 해보자고 서로 약속했던 것이었다.주육화상은

술 한 대접을 한 손에 번쩍 들더니 단숨에 꿀꺽꿀꺽 들이켰다. 빈 술잔을 상 위에 엎어

놓고, 혓바닥으로 입술에 묻은 술까지 날름날름 핥았다.”이 빌어먹을 친구들아! 잘했어

! 나한테 술을 한턱 낸다고 하더니 알고 보니까 딴 꿍꿍이속이 있었군! 무슨 음모가 있

었군 그래? 이 화상더러 대신 목숨을 팔라구? 그런 짓은 못하겠는걸!”매소천이 껄껄대

고 통쾌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핫! 핫! 핫! 우리 일을 도와주건 안 도와주건 그건 자네

맘대로 할 일이지만, 어쨌든 이 술 두 주전자는 그대를 위해서 마련해 온 것인데, 주육

화상께서 잡숫지 않으실 리는 없겠지?”화상은 술주전자를 힐끗 곁눈질해 봤다. 두 눈

을 가느다랗게 뜨고 괴상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해해해! 아 그래, 정말 아무 조건도

없이 화상에게 술을 한턱 낸다는 건가?””여보 매 형(梅兄)! 보통 사람들은 남의 술잔이나

음식을 얻어먹으면 그래도 다소나마 힘이 돼 주려고 하는데‥‥‥ 이 주육화상이야 예외

의 인물이겠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남의 것을 공짜로 먹으며 살아온 괴물이니까‥‥‥‥”

주육화상은 두 눈을 딱 부릅뜨고 큰 소리를 질렀다.”좋아! 이 늙은 도사야! 그대가 아무

리 그따위 시시한 소리를 해도, 이 화상님은 그 꾀에 넘어가지는 않는단 말야! 무슨 일

이든 나는 하기 싫어 ! 이따위 술도 나는 마시기 싫고‥‥‥‥”제일명은 화상의 말에는 아랑

곳이 아니라는 듯 철배신타 도계원에게 말했다.”아우님 ! 술은 모두 몇 주전자나 사왔소?”

도계원은 회심의 미소를 입가에 띠고 대답했다.”모두 열 주전자요. 여러 해 묵은 소흥주(

紹興酒)가 두 주전자, 최고급 죽엽청주(竹葉靑酒)가 두 주전자, 그리고 역시 고급주 여

아홍(女兒紅)이 두 주전자‥‥‥ 지금 마시고 계신 두 주전자는 보통 배갈입죠.”매소천이

물었다.”이 사람아! 자네는 도합 열 주전자라고 하잖았나! 또 두 주전자는 무슨 술인가?”

도계원이 대답했다.”그 두 주전자의 술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제일명이 또 물었다.

“그건 무슨 까닭이오?”도계원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는 말.”그 두 주전자 술 말씀입

니까?”일부러 침을 꿀꺽 삼키고, 또 혓바닥을 내둘러 입술을 빙글빙글 핥고 나서야 다

음 말을 했다.”기막히게 좋은 술입죠!”매소천의 말이,”아마, 굉장한 명주(名酒)인 모

양이군 그래?”도계원이 시치미를 뚝 떼고 대꾸했다.”명주도 이만저만한 명주가 아니죠.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술인데요.”제일명이 일부러 놀라는 척하고 성급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