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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못할 곳이 어디 있다더냐?””그렇다면, 나는 그만 돌아가겠다.”음화가 몸을 홱 돌이켰

을 때, 청년이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꼼짝 말고 게 있거라!”이 놀라운 호통 소리에 음화

는 다시 간담이 써늘해지면서 몸을 되돌이키고 반문했다.”그럼, 네놈은 나와의 약속을 지

키지 않겠다는 거냐?””나는 단지 너의 목숨만을 살려 주겠다고 했을 뿐이다.””그렇게 말한

다면?”음화의 얼굴빛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놈은 요모조모로 꾀를 써 보고, 마음에도 없는

수다를 떨었는데도 상대방 청년이 역시 자기를 놓아 보내지 않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놈은 이제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뭣이라고 할 만한 말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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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흐흐흥!”화려한 청년은 연방 코웃음을 터뜨리면서 두 줄기 화살 같은 시선으로 음화

의 얼굴을 쏘아 봤다. 다음 순간, 그는 천천히 두 발을 옮겨 놓으면서 음화에게로 다가섰다.

음화는 다년간 대적(大敵)을 접해 본 놈이다. 상대방의 일거 일동이 뭣을 의미하는지 모를

까닭이 없었다.’저놈이 한 번 손을 쓰기만 하면 나는 팔다리가 부러지든지, 눈이 멀어 버리

든지 죽는 것보다 더 처참한 꼬락서니가 되겠지.’음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아서,

즉각 뺑소니쳐 버릴 생각을 했다. 그러나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화려한 청년과의 거리는 불과 일 장(丈)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청년은 준엄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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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었다.”알고 보니, 서남 지방에서 명성이 쟁쟁하다는 봉명오음 중의 두목격이라는 네

놈도 어지간히 겁쟁이였구나. 그 주제에 왕년에는 어째서 쥐꼬리만한 재간만 믿고 죄 없

는 사람을 들볶았단 말이냐?””핫! 핫! 핫!”청년은 통쾌하게 또 한 번 웃었다. 다음 순간 그

는 몸을 번갯불처럼 훌쩍 날렸다. 음화의 신변 가까이 육박해 들어갔다. 음화는 비록 자기

의 무술 재간이나 실력이 신영절학을 감당해 내지 못하리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

고 해서 팔장을 끼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에잇 ! 이 발칙한

놈!”음화는 벽력같이 소리를 질러, 손에 잡고 있던 봉취점혈궤라는 쇠갈퀴를 빙글빙글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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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서 춤을 추듯이 광채를 발사했다. 그 광막(光幕)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면서, 그와 동

시에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올려 후퇴하면서 뺑소니를 치려고 했다.그러나 뉘 알았으라.

음화의 허공에 떴던 몸이 다시 땅바닥에 내려섰을 때엔, 화려한 청년은 도무지 그를 쫓

아오는 기색이 없었다.음화는 사방을 휘둘러 봤다. 청년의 그림자도 찾아낼 수 없었다

. 음화는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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