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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무예계의 이번 분란은 우리 몇 사람의 힘을 가지고는 도저히 수습할 도

가 없겠군! 어떤 사람이든 저 천기부록에 기록된 희세의 절학(絶學)을 연구하고 배워

가지고 혜성처럼 기적적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그 어떤 사람도 천하제일방을 섣불

리 건드리지는 못하겠는걸!”주육화상이 또 한 번 코웃음을 쳤다.”흥! 이런 변변치 못한

친구들! 그대들은 하나는 무당파의 두령, 또 하나는 화산파의 두령이라는 위인들이

이만 일에 한숨만 푸, 푸 내쉬고 있단 말인가? 내가 보건대 그대들 두 친구는 모든 꼭

같이 졸장부들이야! 숫제 내 앞에 꿇어 엎드려서 할아버지! 목숨이라도 살려 주십쇼!

한다면 아무 걱정도 없을 게 아닌가?”제일명, 매소천 두 사람은 주육화상의 말을 듣

고 나니 부끄러움을 못 이겨 얼굴이 시뻘개지지 않을 수 없었다.매소천의 제자 철배

신타 도계원이 참다못해서 소리를 벌컥 질렀다.”스님! 큰소리 땅땅 치지 마시오! 호언

장담은 하시지만‥‥‥ 어디 좀더 두고 보십시다!”주육화상은 어디까지나 태연 자약한

말투였다.”나야 무슨 일파의 영도자나 두령도 아니구‥‥‥‥ 무예계의 흥망성쇠 따위에

그다지 대단한 관심도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일개화상의 몸으로서 평생을 두고

비뚤어진 일이나 비겁한 일은 싫단 말이야! 무슨 천마(天魔)인지 지마(地魔)인지는 모

르지만, 이미 한번 발을 들여 놓은 이상에는 모른 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이때, 매

소천이 엄숙한 표정을 하고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주육화상! 우리 진지하게 상의합시

다! 이번 사태는 공연히 호언장담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대는 스님의 몸

으로 역시 우리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평생을 자유자재로 훨훨 다니며 살

던 친구가 우리들 때문에 흙탕물 속에 휩쓸려든다면, 이 매소천이 미안해서 견딜 수

있겠느냔 말이야!””이 화상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줄 알구? 하하핫! 핫!”주육화상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고 나서 또 다음 말을 했다.”두령님들이 이 화상을 서천(西天

)으로 올라가게 해준다면, 그야말로 극락 세계로 가는 거지! 두령님들이 나를 부처님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좋은 일이 될 테지!”말을 다 했나 하는 순간, 주육화상은 별안간

미친 사람처럼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에이! 천하에 고얀 놈! 돼먹지도 않은 원숭이

새끼가 감히 이 화상님의 술을 훔쳐 가다니‥‥‥‥”말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주육화상은

비호같이 날쌘 동작으로 선실(禪室)안으로 날아 들어갔다.나머지 세 사람들도 그의

뒤를 쫓아서 선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상 위에 남아 있어야 할 또 하나의 주전자

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주육화상의 그림자도 선실 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 사람은 경각을 지체치 않고 선실 벽에 뚫린 들창 밖으로 날쌔게 몸을 날리고

묘 높직한 담 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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