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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고 말했다.”손추평 여사! 잠깐만 여기 앉아 있으시오! 내 들어가서 적당히 물건들을 수습하

고, 그러고 나서 다시 불당에 나아가서 심경(心經)한 편을 더 외고 와야 할 테니까‥‥‥‥”천수관음

손추평은 사방에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세심신니의 사람된 품을 잘 아는지라, 절대로 거

짓말을 하거나 무슨 변고를 일으킬 리 없다고 믿고, 안심하고 웃는 낯으로 말했다.”신니 할머님

! 좋도록 하세요! 저는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을 게요!”세심신니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사

마림 아가씨에게 말했다.”사마림! 너도 이 노승을 따라서 잠시 같이 가자! 대단치 않은 일이지

만 너의 힘을 빌어야 할 일이 조금 있으니까‥‥‥‥”천수관음 손추평은 자못 점잖은 체를 하고 천

연스럽게 웃었다.”아가씨도 가 봐요! 하지만, 다시 돌아올 때 아가씨 혼자서만 와서는 안 된다

는 걸 알아 둬요!”사마림 아가씨는 곁눈질을 해서 손추평을 한 번 흘겨봤다.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세심신니의 뒤를 따라서 건너편을 향하고 걸어갔다.73. 원숭이가 지키는 계곡세심신니와

사마림 아가씨는 건너편 선방(禪房)으로 들어갔다.그 방은 세심신니가 혼자 거처하는 정실(靜

室)이었다. 정자운 아가씨가 얼빠진 사람같이 침상 위에 멍청히 앉아 있었다.방안으로 들어서

자마자, 사마림 아가씨가 참다못해서 성급히 물었다.”신니 할머니! 할머님께선 정말 봉명장

으로 가실 작정이신가요?”세심신니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내가 차

라리 더러운 몸이 되어서 시궁창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것이 나을까 해서 그런다. 그렇게 하는

것이 깨끗하고 성스러운 지역을 더러운 먼지투성이로 만들지 않게 될 테니까‥‥‥‥”사마림 아가

씨는 어떻게 되는 영문인지 알 수 없어서, 세심신니의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세심신니가 또 계속해서 말했다.”너는 아무 말도 묻지 말아다오! 인생이란 온

데가 있으면 갈 데도 있는 법이니까‥‥‥ 아하! 단지 담경영‥‥‥ 자운의 모친이 아직도 돌아오

는 기색이 없으니, 자운을 잘 돌봐 주도록 너에게 부탁하고 가는 수밖에 없겠다!”말을 마치

자 세심신니는 두 팔을 뻗어 침상을 멀찍이 밀쳐 버렸다.사마림 아가씨는 두 눈이 휘둥그래졌

다. 침상 밑으로 돌연 한 갈래의 지하로 통하는 커다란 구멍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세심신니

는 그 커다란 구멍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이 구멍으로 들어가면 한 갈래 통로로 통

하게 되고, 그 통로는 곧장 이 암자 밖에서 일 리쯤 떨어져 있는 계곡 속으로 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