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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나서야만 될 차례 같군.”무영객의 말소리가 그치는 찰나에, 그의 등덜미에 서 있던 일견사 허

비가 마치 어디서 도깨비가 튀어들 듯 번쩍하고 몸을 날려 앞으로 나섰다.”방주님! 이들의 소위

명문정파(名門正派)의 무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 허비가 한 번 맞닥뜨려 보겠습니다.”허비

가 소리를 지르고 나서는 바로 그 순간에, 광장 동쪽 언저리에서 돌연 앙칼진 여자의 음성이 터

져 나왔다.”에이! 아니꼬운 놈아!”무지개같이 찬란한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전광 석화같이 광장

한복판으로 날아 들었다.일견사 허비는 주춤하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징글맞은 웃음소리

를 터뜨렸다.”으흐흐흐흥! 방정맞은 철부지 계집애야! 정말 세상이 살기 싫어졌다는 거냐? 죽음

이 겁이 나지 않는다는 거냐?”대담 무쌍하게 일견사 허비와 대결해 보겠다고 날아든 사람은 바로

예봉(藝鳳) 사마림 아가씨였다.아가씨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처량하리만큼 처참한 음성으로 실성

한 사람같이 웃었다.”해해해! 해해! 일견사 허비란 놈아! 죽어야 할 사람은 아마 이 아가씨가 아닐

것이다. 오늘 밤이야 말로 네놈같이 잔인 무도한 짓을 떡먹듯이 하는 악당이 저승 길로 가야만

될 날일 것이다!”아가씨는 선뜻 장검을 뽑아 들었다. 용이 울부짖는 쩌렁찌렁하는 쇳소리가 밤공

기를 무섭게 흔들었다. 칼끝을 다짜고짜로 무작정 앞으로 찌르며 육박해 들어갔다.”흐흥! 발칙

한 계집애로군.”일견사 허비는 코웃음을 치면서 오른손을 훌쩍훌쩍 휘둘러서 유도 작전을 쓰면

서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뽑고 그 찰나에 왼손을 재빨리 놀려서 사마림 아가씨의 칼끝을 움켜

잡아 버리려고 했다.그러나 사마림 아가씨는 적어도 무예계 사람들이 예봉이라 일컫는 존재다.

또 어버이의 불공대천지원수를 갚아야겠다는 집요한 일념이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경신술

에 남 못지 않은 재간을 지니고 있는 아가씨는 날씬한 허리채를 한들한들 흔드는 순간, 두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살짝 미끄러져 나갔다. 칼끝을 홱 돌이켜서 일견사 허비의 오른편 가슴패

기를 노리며 육박해 들어 갔다.그와 동시에 몸을 옆으로 뽑아서 살금살금 전진하면서 왼손 식지

(食指)를 꼬부려 가지고 가볍게 탁 퉁겼다. 천산파의 천산지(穿山指)의 수법을 발휘했다.쌩!

쇳소리같이 날카롭고 매서운 음향을 내면서 손가락 끝에서 뻗쳐나는 무시무시한 지풍은 멀찍

이 떨어진 거리를 격하고도 일견사 허비의 복부의 급소 기해혈(氣海六)을 노리고 뻗쳐 나갔다.

그러나 일견사 허비도 비상한 재간을 지니고 있는비상한 재간을 지니고 있는 자였다. 애당초부터 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