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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없어져 버린다면, 오직 한 가지밖에 없는 해독제를 구할 길이 없으니, 무슨 일이 있

더라도 꾹 참는 도리밖에 없었다.그래서 일견사 허비는 점잖은 표정을 하고 위엄 있게

말했다.”봉랑자! 그게 무슨 쓸데없는 말인가? 나 자신이 잘못해서 독침을 맞게 되었다

는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단 말인가?””흥!”땅딸보 염라는, 일견사 허비가 자기의 의사를

알아채지도 못하고 믿으려 들지도 않는지라, 가볍게 코웃음을 쳐 버리고 두 번 다시 입

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일견사 허비는 고개를 홱 돌이켜 주육화상을 보고 벌컥 소리를

질렀다.”화상! 네놈은 오늘 정말 행운이었다!”주육화상은 또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

“헤헤헤! 헤헤! 정말 고마왔어! 나 대신 독침을 맞아주어서‥‥‥ 그렇지 않았다면 이 화

은 오늘 정말 저승길을 찾아갈 뻔했는걸!”허비는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흐흥! 우리

셈은 깨끗이 끝장이 난 게 아니란 말이야!”주육화상은 태연히 빈정거렸다.”그야, 묵은

셈은 언제든지 할 때가 있겠지! 나는 평생을 두고 제일 겁나는 일이 남에게 빚을 지고

산다는 것이니까,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기만 하면, 쌍수로 받들어서 묵은 셈을 갚도록

할 수 있지!”허비는 또 매소천을 보고도 큰소리를 쳤다.”위대하신 두령님! 그대들은 무

사히 갈 수가 있을 거야! 하지만 이것은 그대같이 위대하신 두령님의 힘 때문에 무사했

다는 건 아냐! 이 점을 똑똑히 알아 두란 말이야!”매소천은 앙천 대소했다.”와하하! 핫! 핫

! 나도 잘 알고 있다! 오늘은 유감천만이었지만, 조만간 언제고 이 매소천은 그대의 단혼

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몸소 당해 보고 싶다! 오늘은 정말 미안하게 됐는걸. 허비의

그 유명한 재간을 구경하지 못하게 되었으니‥‥‥‥”허비는 격분을 못 참아 호통을 쳤다.

“의기 양양해 할 건 없다!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아직도 및 십 합(合)이라도 네 따위 놈

하고는 대결해 볼 만한 자신이 있다!”매소천은 여전히 웃으면서 대꾸했다.”허허허! 그

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 이 매소천은 상대방이 위기에 빠진 틈을 타서 공격을 가해 본

적은 없다. 그만큼 해두는 게 서로 좋을 게다. 우리에겐 일 대 일로 대결해 볼 시간이

앞으로 얼마든지 있으니까‥‥‥””흐흐흥! 괘씸한 놈!”허비는 격분을 못 참아 짐승처럼 으르

렁댔지만, 봉랑자는 도리어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흐흥! 주육화상의 오늘 솜씨는 정말

묘했어! 절묘(絶妙)했어!”주육화상은 싱글벙글.”봉랑자! 묘하지 않았으면 그야말로 큰일

났게! 허비는 독침을 맞았어도 해독제로 치료해 줄 사람이 있지만, 이 화상이 만약에 독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