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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째서 신영궁 사람이 천하제일방에 들어가서 취우사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거지?”

“하아! 그게 말씀입니다‥‥‥‥”연비는 무슨 심각한 느낌이라도 있다는 듯, 새삼스럽게 사마

림 아가씨의 얼굴을 뚫어지도록 쳐다보며 말했다.”역시 남녀간의 애정이란 것이 뭣인지?

그것은, 사람이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거죠! 사람이란 누구나 살아 있는

날까지는 이 애정이란 것 때문에 생활 속에 온갖 복잡한 갈등을 빚어내고‥‥‥ 때로는 기뻐

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또 미워하는 사람도 있고, 원한을 맺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

람은 그것 때문에 일평생 불행을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주변의 많은 사람들까지

시끄럽게 만들어서 피를 흘리게까지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입니다!”사마림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새카만 눈동자를 몇 번인지 깜박깜박했다. 연비가 자기 면전에서 이런 애

정에 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의도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간파했기 때문

이었다.입술을 쫑긋쫑긋, 소리 없이 웃으면서 다음 말을 했다.”젊은 친구! 물독에서 빠져

나온 생쥐같이 전신에 물을 주르르 흘리고 서서, 지금 그런 복잡한 문제를 따지게 되었

어? 내가 묻는 것은 천향나찰(天香羅刹)이라고 불리던 그 여자가 어째서 신영궁을 떠나

서 천하제일방에 가담했느냐는 점이야!”연비는 그 말을 듣자, 금세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정색을 하고 사실대로 솔직히 대답했다.”신영시자란 분이 시첩(侍妾)

을 한 분 맞아들였거든요! 그래서 이 여자가 화를 발끈 내고 즉시 신영궁에서 뛰쳐 나왔

죠.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그 즉시로 천하제일방에 가담해 버렸죠!””흐음! 그래?”예봉 사

마림 아가씨는 약간 놀랍다는 기색을 보였으나, 다음 순간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그건 그 여자의 잘못은 아니었군 그래!”연비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

“세상에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그 여자는 신영궁에서 뛰쳐 나온 뒤, 한때는 원망과 저

주로 날을 보내고 천향나찰이라는 명칭까지 추혼홍백이라고 고쳐 버렸다더군요! 자신의

별명까지 포기해 버린 것을 보면, 이 여자의 심중이 얼마나 원한에 사무쳐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잖습니까? 그 분노와 불만이 얼마나 대단했었기에 별명까지 고쳐버렸겠어요?”

“흠! 그래?”사마림 아가씨는 일단 이렇게 간단히 대답해 놓고, 다시 다음 말을 계속했다.

“사람이란 어떤 분노가 절정에 달하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기 쉬운 법이지! 하지만, 현

재에는 그 여자의 마음도 매우 가라앉아 보이던데!”연비가 계속해서 하는 말.”그것도 원인

의 한 가지가 되겠죠만, 거기에는 또 한 가지‥‥‥‥””또 한 가지 무슨 원인이 있단 말이지?”

연비는 중대한 사실이라도 발견했다는 듯, 연성을 낮추어서 차근차근히 말했다.”가장 중대

한 원인이란, 아마 목전에 무예계에 피비린내 나는 무시무시한 싸움을 일으키고 말썽을 부

리고 있는 인물이 바로 신영궁의 문하생인 왕년에 추운검객이라고 불리던 사람의 아들‥‥‥

청년 소세옥이라는 점이겠죠!””뭣이? 추운검객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