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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나 우스웠든지, 그 자리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일시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강주 아가씨까지도

손으로 입을 막고 웃음을 억지로 참았으며, 만빙여 아가씨는 배꼽을 움켜쥐고 호들갑스럽게 깔

깔댔다.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은 소세옥이 극약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당장에 입을 열어

자기 누이동생의 행방을 물어 보고 싶었다.주육화상이 재빨리 눈치를 채고, 씽끗 눈짓을 했다.

그리고 얼렁뚱땅, 너털웃음을 쳤다.”헛! 헛! 헛! 화산파 두령님 매 형! 죄송하게 되었소! 이 화상

은 매 형을 모시고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 이때, 이런 곳에서는 입을 닥쳐 두는 게 제일

상책이야! 나는 공연히 입을 놀려 가지고 화근을 만들었거든!”화상의 이런 말이 뭣을 의미하

는지 매소천이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입 밖으로 나올 듯 하는 말을 도로 삼켜 버렸다.현도

인이 빙그레 웃는 낯으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화상 친구! 그럼 이곳 일은 자네한테 맡겨

놓고 나는 그만 돌아가겠소!”강주 아가씨가 새빨간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선배님! 저도 여

기서 오라버니를 지키고 있어도 괜찮을까요?”만빙여 아가씨도 같은 태도였다.”할아버지! 저

도 여기 남아 있을 테예요.”현도노인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두 아가씨를 번갈아 쳐다봤다.”두

계집애들이 모두 어지간하구나! 여기는 주육화상 혼자 지키고 있어도 충분해! 내 너희들을

데리고 가서 좋은 구경을 시켜 주마””좋은 구경을요?”만빙여 아가씨는 좋은 구경이라는 소리

를 듣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아가씨는 생글생

글 웃으며 노인에게 말했다.”좋아요! 그럼 저는 할아버지를 따라가겠어요!”현도노인은 고

개를 돌이키고 매소천에게 말했다.”이 노부는 그만 실례하겠소. 그대들의 약속 시간이 오

늘 점심때가 아니었소?”매소천은 선뜻 반문했다.”선배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우리 사 파(

派) 일 장(莊)과 무영객과의 결투 시간 말씀입니까?”현도노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정중하게

대답했다.”물론 나는 그 일을 말하는 것이오!””이쿠 ! 이건 아닌걸!”주육화상은 별안간 소

리를 지르고 나서 다음 말을 했다.”아저씨! 이거야 어디 견딜 노릇입니까? 그런 좋은 구경

을 이 화상은 여기서 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요!”강주 아가씨는 퍼뜩 느끼는 바가 있었다.

이곳을 떠나지 않으려던 생각을 깨끗이 포기했다.만빙여 아가씨가 딱 잘라서 말했다.”화

상 아저씨! 이곳은 아저씨한테 맡기고 갈 테니까, 추호라도 실수가 있으시면 안 돼요! 그때

는 아시지! 나하고 묵은 셈을 따져야 하시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