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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육화상은 소리를 벌컥 지르고 현도노인을 붙잡고 몇 번인지 빙글빙글 맴을 돌다가,
두 발을 높이 쳐들더니 바람처럼 뺑소니를 쳐버렸다.현도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상이 달아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주육화상은 한편으로 뺑소니를 치면서 또 한편
으로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매 형! 사람이 죽을 지경인데 본체만체하다니 그럴
수가 있소?”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은 복잡하고 미묘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타난 판
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빙그레 웃는 낯으로 현도노인에게 읍을 하며 말했다.
“후배 매소천, 선배님께서 이곳에 와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한 번 찾아뵙고 인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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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쭈려고 왔습니다!”상대방은 적어도 일파의 영도자다. 현도노인도 상반신을 굽혀서
웃는 낯으로 답례를 하며 말했다.”아마, 저 화상이란 친구가 또 무슨 주둥아리를 놀린
모양이지? 그래서 나는 빙여를 시켜서 한 번 혼을 내주라고 한 것이었소!”매소천은 그
제서야 현도노인이 주육화상을 달아나도록 내버려 두었던 까닭을 대강 짐작할 수 있
었다.또 한 번 웃는 낮으로 두 손을 맞잡아 흔들어 인사를 표시하고 말했다.”이 매소
천이 선배님을 찾아 뵙겠다고 해서 화상 친구도 마지못해 소생을 따라왔사오니 선배
님께서도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현도노인은 어디까지나 대선배로서의 위풍 당당한
태도를 보이며 여전히 웃는 낮으로 대꾸했다.”저 화상이란 친구는 너무나 입을 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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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서‥‥‥‥ 저 친구의 입에서 말이 나지 않았다면 자네도 이 노부(老夫)의 행방을 몰
라서 찾느라고 쩔쩔맸을 걸세!”이때, 만빙여 아가씨의 날카로운 호통 소리가 또 들려
왔다.”그렇게 호락호락 뺑소니칠 수 있을 줄 알구?”하늘에는 온통 새파란 무지개가 줄
기줄기 뻗쳐서 얽히고 설키고, 칼 그림자와 사람의 그림자를 분간해 낼 수 없을 지경이
었다.”아앗! 사람 좀 살려줘요!”주육화상의 비명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며, 엷은 연기
같은 그의 그림자가 하늘에 가득 찬 새파란 무지개 줄기 속을 갈팡질팡 쫓겨다니고
있었다.동에 번쩍 서에 번쩍, 주육화상의 비명 같은 애원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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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거 정말 야단났소! 이 화상은 정말 극락 세계를 찾아가야 할 판이오! 만약
에 아저씨가 우리 조카 아가씨를 말려 주시지 않는다면, 아저씨의 심부름을 해드릴
사람은 영영 없어져 버릴 게 아니겠소?”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죽을 둥
살 둥, 갈팡질팡 쫓기고 있으면서도 조카 아가씨라고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현도노인
은 폭발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