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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여 꼴사납게 나무를 들이받고 거꾸러져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퍼뜩 이런 생각이 들자,

천각선사는 상대방 인물이 바람에 날려 나자빠져 버린 저편을 향하고 단숨에 달려갔다. 고개

를 수그리고 아래를 유심히 내려다봤다.천각선사는 깜짝 놀라서 한 발자국을 선뜻 뒤로 물러

섰다.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사태가 바로 그의 눈 아래 벌어져 있기 때문이었다.알고 보니 자

기의 억센 장풍에 격 퇴당한 인물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점창파의 두령 신후 학거비였다

. 그는 이미 인사 불성이 되어 가지고 상반신을 굵직한 나무 밑동에 기댄 채, 왼편 이마빼기

에는 큼직한 구멍이 한군데 뚫려 있으며, 시뻘건 피가 콸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천각선사

는 대경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번갯불 같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나갔다. 이것

은 분명히 어떤 놈이 마치 남의 칼을 빌어서 딴사람을 죽여버리는 것 같은 흉계를 꾸며 낸

것이라고 단정했다.무엇을 더 망설이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어떤 놈이냐? 천하에 고얀 놈!

썩 나서지 못할까?”천각선사는 격분한 음성으로 호통을 치면서 홱 몸을 돌이켜 방금 웃음소리

가 났던 그 나뭇가지 위로 훌쩍 몸을 날려 덮쳐 들었다. 그러나 나뭇가지 위에 몸이 올라섰을

때에는 사방이 죽음같이 고요할 뿐, 인기척이라곤 털끝 만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은 더군다나 찾아낼 수 없었다.천각선사는 다시 몸을 날려 신후 학거비가 나

자빠져 있는 나무 밑으로 되돌아왔다. 손으로 그의 전신을 더듬더듬해 보니 그는 이미 숨져

서 눈을 감아버린 몸이었다.천각선사에게는 정말 청천 벽력 같은 사실이었다.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바로 눈 앞에 있지 않은가? 자기 자신이 점창파 일대의 영도자 신후 학거비를 살

해한 흥수(兇手)의 몸이 될 줄이야!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이것은 역시 천하제일방 무영

객이 꾸며 낸 악랄하고 잔인한 흉계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었다. 틀림없이 무영객은 먼저 신

후 학거비의 어떤 급소 혈도를 슬쩍 찔러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천각선사를 고의로 유도해

가지고 그가 달려들어 손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 순간을 노리고 있다가 혈도를 찔린 학

거비의 몸을 천각선사 앞으로 훌쩍 던져 버렸을 것이다. 결국, 천각선사는 격분한 나머지 이

런 흉계를 깨달을 만한 정신적 여유도 없이, 자기를 향하고 던져진 학거비의 몸에 일격의

맹공을 가해서 당장에 거꾸러뜨려 버린 결과가 된 것이다.’만약에 점창파 사람들이 이런 사

실을 알게 된다면, 비록 그것이 잘못 판단을 한 순간적인 오살(誤殺)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

의 죄과를 어떻게 씻을 수 있단 말인가?’천각선사가 얼이 다 빠져서 멍청히 선 채 이런 생각

을 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본래 자기가 서 있던 그 한 그루 굵직한 잣나무 위에서처음과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