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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 미루어 보아서 이 화상은 어떤 사람에게 무슨 말을 물어 보려고 하다가, 그 순간
에 상대방의 독수(毒手)의 졸습(猝襲)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 또 상대방이 한 번 손
을 쓰자마자, 천진화상은 그대로 치명상을 입고 숨져 버렸으며, 꼼짝도 못했고, 발버둥질
한 번 쳐 보지도 못한 채 처참하게도 눈을 감아 버렸다고 볼 수 있었다.이 소림파 제이대
의 고승(高僧)의 무술 재간이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은 매소천도 평소에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명원방장(明遠方丈)과 비교해도 과히 손색이 없는 명수였다.이만한 실
력과 재간을 지닌 천진화상이 어째서 상대방이 손을 쓰자마자 당장에 목숨을 빼앗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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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았느냐? 매소천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까닭을 알 수 없었고, 또 믿어지지도 않는 일이
었다.싸늘한 바람이 쉭 매소천의 얼굴을 스쳐 나갔다. 치음보다도 더한층 강렬한 피비린
내가 왈칵 코에 끼쳤다.매소천은 오른편 소맷자락을 홱 휘두르는 순간 옥퉁소를 손에 잔
뜩 움켜잡았다. 그리고 조심조심 잠자리를 잡으려는 어린 아이의 걸음걸이 같이 살금살
금 숲속을 향하고 더 걸어 들어갔다.일 장쯤 되는 거리를 더 걸어 들어갔을 때였다.매소
천은 두 눈 앞이 아찔해짐을 느끼고, 후들후들 떨리는 몸으로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
이번에는 더 많은 시체들이 그의 눈앞을 어지럽게 했다. 그곳은 숲속에서 제일 넓어 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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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였다. 동쪽으로 나자빠져 있는 두 구(具)의 시체들은 엎친 데에 덮쳐 가지고 십자형
(十形)이 되어서 땅바닥에 뻗어 버린 채 숨져 버린 것이었다.그들은 바로 무당파 삼걸(三
傑) 중의 태청(太淸), 옥청(玉淸) 두 도장(道長)이었다. 한 사람은 손에 칼을 잔득 움켜잡
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손을 뻗은 땅바닥 멀지 않은 곳에 백설같이 흰 털로 만든 총채
(拂塵)를 내동댕이친 채로 있었다. 그 광경으로 보아서 두 사람은 꼭같이 힘을 써 가며
방비 태세를 취하고 있었으나, 한 발자국도 움직여 보지 못하고 그대로 동시에 죽어 버
린 것이라고 추측되었다.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기 때문에 죽은 다음에 시
체가 십자형으로 포개졌다고 볼 수 있었다.남쪽 땅바닥에 죽어 넘어진 사람은 바로 점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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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용괴선파(龍拐仙婆)였다. 신변 가까이 서 있던 두 그루의 굵직한 버드나무 허리가 두
동강으로 잘라졌는데, 잘라진 위쪽 나무는 옆에 서 있는 다른 나뭇가지 위에 얹혀서 땅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걸려 있었다.북쪽으로는 또 다른 두 화상들의 시체가 나둥그러
져 있었다. 그들은 바로 소림파 양심원(養心阮)의 천음(天音), 천범(天梵) 두 고승(高僧)들
이었다.그러나 이들 두 화상의 죽은 꼴은 다른 시체들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두 사람이 꼭
같이 도사리고 앉은 채로 숨져 버린 모양이었다. 신체 내부에 중대한 타격을 받아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조용히 앉아서 한숨을 돌리고 혈액 순환을 조절해 보려다가 그대로 숨
졌다고 추측되었다.매소천의 앞 정면에도 세 구의 시체가 나자빠져 있었다. 언뜻 보아서
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자세히 살펴보